제1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마해송 사진 1
마해송 선생(1905~1966)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제1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상패가 전달되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4년 5월에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작>
정지원 『샤워』


<심사위원>
김용희(아동문학평론가), 박상률(아동청소년문학가), 임정진(동화작가)


<심사평>
응모 작품 중 표현력과 구성력, 작품의 완성도, 주제 의식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춘 「우리 집」 「인도 김 씨 이대 손」 「빨강 여우」 「내 친구는 슈퍼스타」 「샤워」를 최종심에 올려놓고 세심하게 검토하였다.
「우리 집」은 평온하던 농촌 마을에 골프장 건설 문제로 불거진 이웃 간의 불신이라는 큰 이야기 틀 속에 우리 집의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의 심리를 절묘하게 그린 작품으로 극단적인 갈등 구조를 통한 강렬한 주제 의식이 돋보였다. 그것은 홀로 사는 할머니의 재산을 탐내는 엄마와 고향 집을 지키려는 할머니 사이에서 점차 세상사를 이해해 나가는 아이의 심리를 극적으로 그린 결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읽으면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도식적인 이야기 구도나 작가의 의도가 너무 쉽게 노출된 큰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인도 김 씨 이대 손」은 인도인 아빠가 대목수인 할아버지의 사위로, 또 조수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문화 가정 이야기이다. 인도 김 씨 이대 손인 ‘나’의 학교생활 이야기가 진부하게 전개되고, 한옥 고택을 짓는 일 등 제재에 대한 치밀한 취재가 선행되지 못한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빨강 여우」는 전래 동화적 상상력에 의한 흥미로움, 무난한 이야기 구조, 안정된 문장력 등에서 두드러진 작품이다. 생명 사랑이라는 뚜렷한 주제 의식까지 잘 담고 있으나 이야기의 현실성과 참신성이 떨어지는 큰 결점을 안고 있었다.
「내 친구는 슈퍼스타」는 슈퍼스타를 열망하는 오늘날 아이들의 세태를 잘 반영한 이야기로 그 속에 갈수록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사건을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추리소설적 기법에 아이들의 내면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내는 솜씨가 돋보였다. 그러나 발단 부분에서 제기한 중대 사건을 결말 부분에 가서 해프닝처럼 안일하게 처리하여 작품의 진지성과 공감력을 그만큼 떨어뜨렸다.
「샤워」는 샤워기 속에 갇힌 바퀴벌레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삶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작위성이 쉽게 노출되기 쉬운 의인화 동화를 철학적 사유를 담아 극복해 내었을 뿐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치밀한 심리 묘사 등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급히 쓴 듯한 정제되지 못한 문장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섯 작품 모두 제각기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그중 「샤워」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그것은 「샤워」가 나름대로 동화에 철학적 사유를 부여하며 독창적 의미를 구현하고자 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작가적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좋은 작품을 보내준 모든 신진작가들의 건필을 기원한다._김용희

동화라고 해서 세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동화에도 세상이 반영된다. 세상의 온갖 일이 동화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이번 응모 작품 역시 세상 일이 동화로 탄생했다. 다만 아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인지 아닌지 그게 중요했다.
「우리 집」은 평생 터전을 이루던 땅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수용될 처지에 있는 상황을 그렸다. 땅을 둘러싼 엄마와 할머니와 아이의 입장 차이가 잘 드러난다. 그런데 작가의 의도가 과잉으로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땅을 둘러싼 대립 사건이 뚜렷하여 오히려 사실감이 떨어진다. 그러기에 아이들 처지에서 대항 방법이 억지스럽다. 아이들의 대화투도 너무 어른스럽지 않은가 하는 점도 작가의 과잉 개입으로 느껴진다.
「인도 김 씨 이대 손」도 요즘 현실을 반영한 동화이다. 우리 사회도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에 들어갔다. 다문화 시대에 가장 문제되는 게 무엇일까? 다만 단일민족인가 아닌가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도 사람이라 해도 이미 귀화했다면 법적으론 한국인과 같은 지위를 누릴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겠지만 말이다.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법적인 문제에서 사실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단편으로 썼으면 좋을 이야기를 장편으로 늘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빨강 여우」는 흔히 말해 ‘동화적’이다. 그래서 잘 읽힌다. 평범한 듯한 이야기이지만 사람과 여우의 교감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다만 옛이야기 방식이 동화 문체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가를 더 생각해야 할 듯하다. 현재 상황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옛이야기 방식으로 담아 되레 신선함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내 친구는 슈퍼스타」는 연예인에 환호하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리만 그린 게 아니라, 연예인이 된 아이의 심리도 나온다. 특히 지금 자리에서 추락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연예인에 대한 인기가 합쳐져 따돌림 문제까지 건드리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만만치 않다. 추리 기법이 약간 반영된 사건 전개 방식은 흥미를 돋우지만, 사실감이 떨어지는 개별 인물의 언행이 아쉬웠다.
「샤워」는 동화적 상상력이 맘껏 발휘된 작품이다. 풍부한 상상력이 동화를 무척 철학적이게까지 한다. 샤워기에 사는 바퀴벌레.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상황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 다만 여러 군데서 사실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샤워기 속에 사는 바퀴벌레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너무 길었다. 이런 부분이 사건화되어야 더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동화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발상을 귀하게 여겨 당선작으로 꼽았다.
이야기에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기만 하면 좋은 동화가 되기 어렵다. 그야말로 동화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야 한다. 소설과는 다른 결을 가진 동화적 감수성과 상상력. 동화 장르를 택하여 작품을 굽는 창작자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_박상률

작품 수에 비해서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15년 전쯤이라면 무난히 출간하기 알맞을 정도의 작품을 찾기는 쉬웠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신인들이 과연 한국 출판시장의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웠다. 현재 출판시장에서의 아동청소년 문학 작품들의 경쟁이 치열해 심사 기준도 독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야 한다.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었다.
「우리 집」은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주었다. 문장도 매끄럽고 대사 처리도 능숙했다. 많은 수련이 축적된 솜씨였다. 갈등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가락지 유물이 너무 쉽게 발견되고 그로 인해 공사가 단번에 중단되는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긴장감을 무너뜨렸다. 서현이 엄마의 욕심은 이해가 되나 애를 혼자 할머니 댁에 보내면 집을 팔 수 있을 거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여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여 아쉬웠다. 소재도 참신하게 보기는 어려웠다.
「인도 김 씨 이대 손」은 귀화한 인도 출신 아버지를 둔 수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수로보다는 수로 아버지에게 더 많은 비중이 주어져 있었다. 또한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하는 공무원 시험이나 문화재 수리기능사 자격시험에서 나타나는 상황이 현실과 달라 작가가 치밀히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신뢰감을 떨어뜨렸다. 외국 출신 귀화인들과 그 2세들의 어려움이 잘 드러났지만 길이에 비해 내용이 너무도 익숙하여 생활 수기로 쓰여진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미 너무 많은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동화로 언급되어 이 소재로 작품을 쓸 경우, 매우 특별한 문학적 장치가 필요할 듯하다.
「빨강 여우」는 잔재미가 계속 이어져 술술 잘 읽혔지만 시대 상황이 어색했다. 사람과 여우의 교감이 아름다우나 장편으로 쓰기엔 메시지가 너무 단순했다.
「내 친구는 슈퍼스타」는 어린이들이 손쉽게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조금 더 어린이 연예인들의 실상을 현장 취재를 통해 보강한다면 탄탄한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으로 결정한 작품은 「샤워」였다. 「샤워」의 작가가 보여준 참신한 상상력에 심사위원들은 다른 후보작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미 수없는 작가들이 어린이 책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또 다른 작가를 선택하고 지지하려 하는지 그 목적에 합당한 작품이었다. 기존의 작가들이 보여주지 못한 당돌한 참신함에 우리는 만세를 불렀다. 판타지 안에서의 인물들은 개성이 있었고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워 원고를 읽는 동안 딴청 부릴 틈이 없었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사랑, 우정과 끈기, 그리고 인생의 아픔과 기쁨에 대한 느긋한 태도 등이 어린이들의 영혼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보다 10년 후, 20년 후, 이 결정이 더욱 뜻 있었음을 증명해 줄 작가임을 확신하며 결정할 수 있어 기뻤다._임정진


<수상 소감>
오늘 모든 행운이 의심스럽다. 본디 행운이라는 것이 항상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일 텐데, 불운한 나는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오늘의 과분한 영광이 꼭 작별을 고하기 직전에야 너그럽게 구는 애인 같아 불안하게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행운의 얼굴을 감히 직면할 수 없고 다만 곁눈질할 따름인데, 머뭇거리는 동안 멋대로 들떠 버린 시선이 만들어낸 굴절의 틈바구니로 여러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보인다.

다 여물지 않은 글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믿음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내 손을 들어주신 김용희 선생님, 박상률 선생님, 임정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어제와 오늘의 글이 아닌, 내일의 글들로 차근차근 보답해 나갈 작정이다. 이 환희와 감사의 그림자에서, 과연 내가 이분들의 선택을 받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가라는 의문이 묻어난다. 언제고 되짚어볼 일이다. 이 미묘한 심사를 화폭에 담아 마음의 벽에 걸어 둔다면, 훗날 이를 발판 삼아 다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응모 준비를 하는 동안, 무자비하게 게으른 나는 단 한 권의 동화 창작 안내서를 읽었다. 황선미 선생님의 저서 처마에 붙어 서서 당장 들이닥친 비를 그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사드린다.
첫 책을 아껴 주신 독자 분들께도 뒤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그날 그곳에 내가 세워 둔 낱말들이 인쇄용지가 아닌 그분들의 성원에 기대어 서 있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걸음걸음이 두렵고 위태로운 날들이었으나 덕분에 이곳까지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바퀴벌레를 물방개로 오인해 잡아서 데리고 놀았다는 어느 지인의 천진난만한 일화가 문득 기억난다. 그렇지만 그 엽기적인 녀석과 달리 나는 바퀴를 꽤 무서워하는 편이니, 앞으로는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샤워』의 두 주인공, 부드와 아늑에게 감사한다. 글을 적는 내내 즐거웠다(그래도 아직은 바퀴가 무섭다).

홀로 글을 가꿔 온 이번 생에서, 나는 한 번도 합평에 의지했던 적이 없다. 이는 고통스러운 신조이자 미련한 고집이었지만, 누구에게도 감사하는 일 없는 투명한 소감을 쓰게 될 그날에 대한 염원을 나로서는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찍이 주위를 비우고 외톨이가 되었음에도 그 꿈은 아직 요원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 풀어 놓기 어려운 감사 인사들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 버린 걸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좀처럼 투자자가 붙지 않는 부실주(株)였다. 그런 내 곁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지켜 오신 어머니께 이 기쁨을 오롯이 올리고 싶다. 아울러 슬픔 이후에도 생과 사의 장벽 너머로 나를 살펴주시는 아버님께도 감사드린다.
이번에도 이야기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정말이지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오랜 채무 관계를 청산할 길을 아직 찾지 못했건만, 벌써 다음 이야기가 소매를 붙들고 나를 보채고 있다. 나는 또 대책 없이 설렌다. 두근거린다. 남아 있는 밤이 길어
다행이다.


<수상자 약력>
어깨 너머로 철학을 배웠다. 열일곱 개의 화분과 누군가 저버린 고양이, 그리고 나이 든 어머니와 함께 낡은 집에 산다. 가난하지만 끼니를 걱정하지는 않으며, 늘 초조해하면서도 알람을 켜지는 않고 지낸다. 어떠한 단체나 모임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창작 활동 중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종일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의 행운을 2년간이나 누리고 있다. 『비바, 천하최강』으로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샤워』로 제10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