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아이들:책] 너야, 너! 아름답고 특별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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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가 춤춘다』(유타 괴츠 글, 햇살과 나무꾼 옮김, 문희정 그림)

 

벌거벗은 동생의 뒤를 쫓아 한없이 달리는 아이, 열심히 한 숙제 공책을 다 찢어버린 동생에게 화를 내고 싶어도 꾹 참는 아이, 방학이면 가족과 함께 멀리 여행을 가고 싶지만 동생 때문에 못 가는 아이, 동생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과 친구들의 놀림을 받아도 괜찮은 척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 동생 때문에 너무나 속상한 작은 여자아이는 슬프고 화난 마음을 꾹 누르고 하염없이 별을 바라본다. 아이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까?
앨리 스탠포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 맥스가 밉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맥스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또한 평범한 가족을 꿈꾸는 아이이다.
동생이란 존재는 마냥 사랑스러운 대상이 아니다. 귀찮고 때로는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존재가 바로 동생이 아닐까. 어린 시절, 나에게 동생은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함께 의지하며 노는 대상이면서 내가 하기 싫은 심부름을 대신 시키는 존재였다. 특히 내가 먹고 싶은 군것질거리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기에 동생은 적합한 대상이었다. 내 동생은 달리기를 무척이나 잘하고 싶어 하는 어린애였다. 나는 늘 ‘시계로 초 재 볼게. 30초 만에 갔다 올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동네에서 제일 빠를걸.’ 따위의 말로 동생에게 늘 심부름을 시켰다.
앨리는 나처럼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일 따위는 꿈도 못 꾸는 아이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맥스는 앨리네 가족 모두가 보살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맥스를 죽이고 싶다. 정말, 정말 죽이고 싶다(21쪽)’는 앨리의 마음을 마냥 ‘나빴어!’라고 질타할 수만은 없다. 앨리가 정성들여 한 숙제를 몽땅 찢어 버린 장면에서 나는 학교에 다녀오니 내가 모으던 지우개-여덟 살 무렵 나는 재미난 모양의 지우개를 모았다-를 이로 몽땅 물어뜯어 놓은 동생을 죽도록 때려 준 사건이 떠올랐다. 하지만 앨리, 이 작은 아이는 밖으로 나가 ‘고개가 아프도록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며 동생 맥스가 낫기를 기도(27쪽)’할 뿐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꿈꾸면서도 동생 맥스를 마음에 꼭 안고 사는 앨리의 모습은 맥스가 학교에 가면서 빛을 발한다. 친구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싫으면서도 수업 중에 맥스가 걱정되어 <맥스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쪽지를 적어 맥스의 선생님께 건네는 앨리, 맥스를 놀리는 제이슨의 코피를 터트리는 앨리, 사람들에게 맥스를 이해시키기 위해 <내 동생 맥스>라는 글을 적어 나눠 주는 앨리. 이 작고 다정한 아이의 따뜻하고 어른스러운 성품에 가슴이 한없이 출렁인다.
자폐증은 홍역처럼 붉은 반점이 돋지도 않고 볼거리처럼 볼이 부어오르지도 않고, 감기처럼 옮는 것도 아니라는 앨리 아버지의 말처럼, 어쩌면 자폐증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맥스의 눈이 아니라 마음이 보는 방식이 문제(101쪽)”라는 점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우리와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앨리는 그런 점에서 아름답고 특별한 아이이다. 돌고래와 수영을 하는 맥스를 보며 돌고래는 맥스를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아이, 앨리가 기특하다. 엄마와 아빠가 맥스에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자신은 다른 친구들 같이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맥스에게 “나는 자폐증이에요. 나는 아름답고 특별해요.(139쪽)”란 말을 가르쳐 주는 앨리야말로 아름답고 특별한 아이가 아닐까.

유타 괴츠 지음 | 햇살과나무꾼 옮김 | 문희정 그림
카테고리 문지아이들 | 출간일 2009년 11월 27일
사양 · 155쪽 | 가격 8,500원 | ISBN 9788932020037

이송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중앙대 교양학부에 출강 중이다. 제5회 마해송문학상, 2010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아빠가 나타났다!』 『천둥 치던 날』(공저)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