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문학의 선구자 마해송 선생님의 전집 봉정식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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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 전집

문학과지성사에서는 한국 아동문학의 선구자이신 마해송 선생님의 전집을 2015년 5월 15일, 전10권으로 완간하였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6월 9일, 파주출판단지 내의 ‘마해송 아동문학비’를 방문하여 전집을 봉정하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아드님이신 마종기 시인, 김병익 문학평론가, 김주연 문학평론가, 조대현 아동문학가, 이기웅 열화당 대표이사, 마해송문학상 수상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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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 전집』 봉정식 고유문(告由文)

마해송 선생님 영전에 삼가 고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의 작품을 사랑하는 문학인과 출판인들이 모였습니다. 선생님의 아드님인 마종기 시인 내외분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모인 까닭은 선생님께서 생전에 이룩해 놓으신 전 장르의 글을 한데 모은 『마해송 전집』이 완간되어, 이를 선생님 영전에 올리고자 함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아동문학이 아직 전래동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대에 최초의 창작동화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발표하심으로써 이 나라의 아동문학이 현대적인 토양위에서 활짝 꽃피는 계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또한 ‘편편상’이라는 한국 고유의 시사칼럼과 다수의 자전적 수필을 집필하심으로써 이 땅의 수필문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 작고하신 지 50년이 다 되도록 유작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오로지 저희 후배들이 불민한 탓이기에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생님의 문학전집이 대망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은 평론가 김병익⋅김주연 선생님 등 문학과지성 출판사 창립동인 여러분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학과지성사에서는 2011년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2년여의 자료수집과 편집체제에 대한 논의를 거쳐 4년 만에 드디어 10권으로 된 전집을 완간하게 되었습니다. 전집 10권 중 7권은 아동문학편이고 3권은 수필편입니다.

아동문학편에는 선생님께서 쓰신 「토끼와 원숭이」등 단편동화 42편과, 「떡배 단배」등 중편동화 4편, 「모래알 고금」등 장편동화 6편, 그리고 아동극본⋅노래가사⋅어린이를 위한 수필 등 비동화류 35편, 도합 87편의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수필편에는 선생님의 자전적 수필 『아름다운 새벽』 과 『역군은』을 비롯하여, 선생님께서 생전에 출간하신 『전진과 인생』 『사회와 인생』 『오후의 좌석』 등에 수록되었던 전 작품과, 신문⋅잡지에는 발표되었지만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포함하여 모두 315편의 작품이 주제별로 재편집되어 수록되었습니다.

이를 분량으로 따지면 변형국판 총 4,353쪽으로, 원고지로 환산하면 16,000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이와 같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 저본을 수집하여, 타자⋅교정⋅출판까지 진행하는 데는 4년이라는 기간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만, 이를 성사시킨 데는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비롯하여, 아동문학가 이재복⋅김영순⋅김지은⋅조대현, 평론가 우찬제⋅이광호⋅원종국 소설가 등 편집위원 여러분, 그리고 교열작업을 담당한 문지현 문학과지성사 아동문학 편집부장의 노고가 컸음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선생님의 전집을 출판하면서 저희 편집위원들이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 것은 이제까지 제목만 전해질 뿐 실물을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 60여 편을 수소문 끝에 발굴하여 전집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제 이 전집 출간을 계기로 보다 많은 어린이와 성인 독자들이 보다 손쉽게 선생님의 전 작품을 열독하게 될 것이며, 선생님의 문학세계에 대한 연구도 보다 활기차게 전개되리라 확신합니다.

흔히 한 위대한 작가가 그 위대성을 제대로 평가 받고 후세에 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 전집 출판, 둘째 문학상 제정, 셋째 문학비 건립, 넷째 기념관 설치가 그것입니다. 마해송 선생님의 경우 오늘에야 이 4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 저희 후배들로서도 기쁨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04년 선생님 탄생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선생님의 고향 개성을 지척에 둔 이곳 출판도시에 선생님의 문학기념비가 건립되었습니다. 이 비는 전국 아동문학가들의 성금을 기반으로, 이곳 출판도시 문화재단 이기웅 이사장님의 적극적인 배려와 승효상 건축가의 선의 어린 설계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영혼이 긷든 이곳은 이제 선생님을 기리는 구안지사(具眼之士)들이 조용히 찾아와 사색하고 돌아가는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해, 문학과지성사에서는 선생님의 존함을 딴 ‘마해송문학상’을 제정하여 올해로 11번째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역대 수상자들인 유영소⋅김양미⋅김려령⋅오채⋅이송현⋅정옥⋅정설아⋅정지원⋅장성자 등 신예작가들이야말로 선생님의 문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후예들로서 미래 한국의 아동문학을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이끌어갈 견인차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우수한 문사들이 배출되어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길이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선생님의 손때가 묻은 유품과 생전에 출판하신 작품집이 유족의 기증절차를 거쳐 현재 국립 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국가재산으로 등록되어 영구 보존되고 있습니다. 비록 독립된 기념관은 아니지만 이곳 열람실에는 선생님의 작품을 연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찾아와 활발하게 자료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장차 남북통일이 되면 선생님의 고향에 번듯한 기념관도 설립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마해송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가부장제가 엄격하던 시대에 조숙한 소년으로 자라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고,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고뇌에 찬 청년기를 보내셨으며, 광복 후에는 6⋅25전쟁과 가난으로 질곡의 세월을 살다 가셨습니다. 오늘의 현실에서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저희 세대로서는 뭐라고 위로의 말씀조차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고난을 극복하고 쓰신 작품이 오늘의 독자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주고, 후대의 문학을 풍요롭게 살찌운 사실을 상기하면 선생님이 겪으신 고난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비록 이승에서의 삶이 힘드셨지만 이런 보람으로 위안을 삼으시고 저세상에서는 한 마리 학이 되어 넓은 창공으로 훨훨 비상하시옵소서. 선생님의 전집 출간에 즈음하여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2015년 6월 9일

『마해송 전집』 편집위원 조대현 告由

 

마해송

1905년 1월 8일 개성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상규(湘圭). 개성학당을 거쳐 경성중앙고보와 보성고보에 다니다가 동맹휴학으로 퇴학당한 뒤 1921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日本大學) 예술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유학생 극단 ‘동우회’를 조직하여 국내 각지를 순회하며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