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아이들:책] 새롭게 열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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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새』(이진영 글, 그림)

누구라도 한번은 겪었을 법한 일입니다.
무언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 납득할 수도 없고 까닭도 모르는 채 무리로부터 배제되는 일은 남녀노소 학력 불문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잣대를 들이대고 선 긋는 방식을 결정하는 쪽은 언제나 다수입니다.

한 마리 빨간 새는 그저 ‘너무 빨개서’ 새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저리 가’라며 빨간 새를 밀어냅니다. 남들과 다른 데다 동지로 삼을 비슷한 누구 하나 없는 빨간 새는 ‘혼자’입니다. 그저 숨고만 싶을 뿐입니다.
초여름 둥글고 푸른 잎도, 가을을 물들인 노란 은행잎 사이에도 빨간 새는 몸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시냇가 물풀 사이에 선 잠깐 동안 말간 물을 경계로 빨간 새는 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숨기고 싶은 몸이 둘이 되자 빨간 새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새 흰 눈이 숲을 뒤덮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눈사람과 눈사람 사이에 몸을 숨겨 보지만 빨간 새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빨간 새는 자신이 얼마나 예쁜 색을 가졌으며 그것은 무리로부터 배척당할 그 어떤 이유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림책 『빨간 새』는 다수에게서 상처받은 소수로서의 경험에 맞닿은 이야기입니다. 소수이며 약자인 이들이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는 그들끼리 뭉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어루만져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함께 가는 걸음걸음이 지금보다 더 큰 세상을 만나게 해줄 것입니다.
흰 눈 쌓인 가지에 앉은 빨간 새는 마침내 ‘어디에도 나는 숨을 수가 없어’라며 자포자기 상태가 됩니다. 마침 빨간 새가 앉은 나무 아래로 한 아이가 나타납니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잣말하는 아이는 빨간 목도리를 둘렀습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상처를 빨간 새는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빨간 새는 망설임 없이 후드득 날아 아이가 바라보던 작은 전나무에 가만히 내려앉습니다. 그때 눈 쌓인 숲 속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겼던 또 다른 빨간 새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빨간 새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새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전나무로 모여듭니다. 새들은 저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어느 새 근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완성됩니다.
상처 입은 빨간 새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 낸 작품은 숨어 살던 그들의 상처를 아물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던 추억 속의 트리를 ‘빨간 새들’에게서 선물 받은 아이가 행복해진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 아이는 빨간 새와 같이 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둘이 함께 있는 한, 아이도 빨간 새도 더 이상 외롭거나 슬프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만남으로 새롭게 열린 세상에서 서로에게 다시없는 선물이 되어 주며 살아가겠지요.

이제 보니 빨간 새는 ‘부족한’ 새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자신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러니 빨간 새와 같이 세상의 모든 상처 입은 소수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해 줄 생각입니다.

“슬퍼하지 마, 숨지도 마. 그 상처가 더 큰 세상을 만나게 해 줄 거야.”

이진영 글·그림
카테고리 그림책 | 독자 연령 4~7세 | 출간일 2014년 1월 9일
사양 양장 · | 가격 10,000원 | ISBN 9788932025285

이진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진영은 숙명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산업미술과 영상미디어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방송국에서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매체공학과 겸임교수로 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Univ. of Florida와 작업한 역사적 인물과 건물 그림들이 자세히 보기

김혜진

뒤늦게 그림을 배우고 좀 게으르게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이란 이름만 붙어 있으면 어떤 강좌든 쫓아다녔습니다. 아직도 제 그림책은 완성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며 배운 것들로 지금은 ‘학교도서관저널’과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