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마해송] 감명으로 다가오는 「흘러간 쪽지」, 「들국화 두 포기」

글_김영순(아동문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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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 전집 1권인 단편집 『바위나리와 아기별』이 출간된 뒤 담당 편집자이신 문지현 선생님과 문뜩 ‘전집 1권’ 중 가슴에 남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문지현 선생님은 「들국화 두 포기」를 말씀하셨고, 나는 「흘러간 쪽지」였다.
「흘러간 쪽지」는 명순과 동수 화백에 대한 이야기다. 「흘러간 쪽지」가 발표된 것은 1959년으로 ‘다방’이 나오고, ‘껌 장수’ 아이가 나온다. 응달 다방에서 껌 파는 아이인 명순은 동수 화백을 만난다. 명순이는 생계와 아픈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로 나선다. 명순이의 어머니는 무리를 해서 늑막염에 걸려 몸져누워 있다. 하지만 내게는 이런 명순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불쌍한 사람은 동수 화백인 것이다. 명순이가 파는 껌을 사 주는 동수 화백은 중학교 입시에서 낙제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의 모습을 명순이에게 투사한다. 동수 화백 부부는 딸아이를 잃고 모두 혼백이 나간 듯한 생활을 한다. 둘 다 집을 벗어나 밖으로만 돈다. 그리고 끝내 동수 화백은 자신에게 불어 닥친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살을 한다.
이런 이야기인데도 내게는 이 이야기가 감명으로 다가왔다. 왜 그럴까, 하고 나는 자문하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이 이야기를 읽었다. 열쇠는 결말 부분과 제목에 있었다. 동수 화백은 명순이에게 돈 봉투와 쪽지를 남기는데,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흘러간 쪽지」의 ‘흘러간’이란 낱말이 주는 무게를 난 감지하게 되었다. 명순이는 동수 화백이 유서로 남긴 쪽지를 “돌돌 말아서” 분다. 그러다 쪽지는 “쑥 빠져나가서 바람에 날려 간다”. 그리고 명순이는 언제나처럼 “껌 하나 사세요!”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이 부분이 내게 울림을 주는 것이다.
「들국화 두 포기」는 마해송 선생님의 유고작으로 작고하신 바로 뒤인 1966년 12월에 발표되었다. 우연하게도 「흘러간 쪽지」와 마찬가지로 「들국화 두 포기」 또한 마지막의 결정적인 장면이 제목이 되었다. 「들국화 두 포기」는 할머니와 두 아이와 강아지가 주인공이다. 할머니와 강아지가 교감을 하게 되고 그 둘의 관계성을 아이들은 알아챈다. 할머니도 죽고, 강아지도 죽지만 「들국화 두 포기」에서 내가 감탄하는 것은 이처럼 아이들이 할머니와 강아지와의 관계성을 간파하고 그 둘이 들국화로 피어오른 가치를 알아보았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보니「흘러간 쪽지」에도 죽음이 그려져 있고, 「들국화 두 포기」에도 죽음이 그려져 있다. ‘죽음’을 키워드로 놓고 보니, 초창기 동화인 「바위나리와 아기별」에도 죽음이 그려져 있고, 「어머님의 선물」에도 죽음이 그려져 있다. 이들 네 작품을 죽음으로 주목하자니, ‘이어짐’과 ‘재생’ 이 떠오른다.
「흘러간 쪽지」의 동수 화백과 동수 화백의 딸의 죽음이 명순이의 삶 속에 스며들어 이어지고, 「들국화 두 포기」의 할머니와 강아지는 들국화로 다시 피어오르고…… 내게는 「흘러간 쪽지」도 「들국화 두 포기」도 아픔과 죽음이 담겨 있어서 슬프고 애틋한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삶과 이어짐을 말하고 있어 두 이야기 다 감명으로 다가온다.

마해송 지음
카테고리 마해송 전집 | 출간일 2013년 6월 26일
사양 변형판 152x213 · 356쪽 | 가격 15,000원 | ISBN 9788932024134

김영순

일본 바이카여자대학 아동문학과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 『한일아동문학 수용사 연구』 『일본 아동문학 탐구-삶을 체험하는 책읽기』 등이 있고, 그림책 『우리 가족』 『임금님의 이사』 『고양이 스웨터』(공동 번역)를 우리말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