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오채(동화작가)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인형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은 흔히 이런 일을 ‘동화 같다’고 한다. 이 동화 같은 일을 실제로 겪은 아이가 있었다.
한 남자가 공원을 산책하던 중 슬피 우는 여자아이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인형을 잃어버리고 고통스럽게 우는 아이의 깊은 눈빛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달래준다. 실은, 인형이 스스로 먼 여행을 떠난 거라고. 눈물을 그친 아이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남자를 쳐다본다. 당황한 남자는 자신을 ‘인형 우편배달부’라고 소개한다. 편지는 내일 이 시간에 전해 주겠노라고. 이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가 ‘프란츠 카프카’였다.
인형의 편지는 3주 동안 날마다 아이의 손에 전해졌다. 카프카에 의해 여행을 떠나게 된 인형은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고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는가 하면, 어느새 낙타를 타고 광대한 사하라 사막을 건너서 인도를 탐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특별한 여행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인형의 여행도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고심하던 카프카는 인형이 운명적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는 행복한 결말을 생각해 낸다. 그 편지를 받을 즈음 아이가 이미 인형을 잃어버린 상처에서 회복되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카프카가 죽기 1년 전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아이에게 3주 동안 인형 우편배달부가 되어 편지를 썼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카프카의 마지막 연인인 도라 디만트는 그가 소설을 쓸 때의 열정과 다름없는 열정으로 편지를 써 나갔다고 전했다. 폐결핵을 앓고 있던 카프카가 책상 앞에 앉아 인형의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애잔해진다. 완성된 편지를 품에 넣고 아이를 만나러 갈 때 그의 걸음은 또 얼마나 상쾌했을지……
카프카의 한 연구자는 여러 해 동안 공원 주변의 집들을 찾아다녔다.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편지를 받았던 아이를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편지를 끝내 찾지 못한들 어떠리.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요히 잠자고 있을 인형의 편지를 생각하면 흐뭇해지는 걸.
누군가에게 정성껏 편지를 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편지를 쓸 때 마음이 얼마나 정갈해지고 사랑이 넘치는지를. 눈앞에서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아이를 마주한다면 편지를 쓰는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카프카는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편지를 직접 읽어주어야 했다.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을 카프카의 편지를 꼭 한 번 읽고 싶은 이유는, 어쩌면 편지의 대상이 아이뿐 아니라 그 편지를 낭독하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때로, 글을 소리 내어 읽을 때 덤으로 얻는 것들이 있기도 하니까.
책을 읽다 보면 인형의 편지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발견해야 할 신비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몹시 부러워. 네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